이스터섬 하면 바다를 등지고 선 거대한 얼굴 석상, 모아이가 먼저 떠오릅니다. 다큐멘터리나 여행 사진에서 한 번쯤 본 그 석상은 누가, 무슨 재료로, 어떻게 그 외딴섬까지 세웠는지 늘 궁금증을 남깁니다. 모아이는 남태평양 이스터섬(라파누이)의 원주민이 서기 1400~1650년 무렵 세상을 떠난 족장과 조상을 기리려고 만든 거석상입니다.
오랫동안 '외계인이 만들었다'거나 '사라진 초고대 문명의 흔적'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고고학 조사로 제작과 운반 방식은 상당 부분 밝혀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모아이가 무엇인지, 섬 이름이 왜 부활절(이스터)에서 왔는지, 금속 도구 없이 어떻게 조각하고 그 무거운 석상을 어떻게 옮겼는지를 전해지는 이야기와 밝혀진 사실로 나눠 정리합니다.

모아이 석상이란 무엇인가
모아이는 이스터섬에 세워진 사람 얼굴 모양의 거석상입니다. 섬 전체에 약 1,000기가 기록되어 있고, 가장 큰 것은 높이 약 10m, 무게 약 86톤에 이릅니다. 평균은 그 절반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머리와 상반신만 크게 강조한 형태로, 세상을 떠난 족장이나 중요한 인물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완성된 모아이는 '아후(ahu)'라고 부르는 돌 제단 위에 세워졌습니다. 아후는 그 인물을 기리는 무덤 역할도 했고, 해안에 있는 아후의 석상은 대개 바다가 아니라 섬 안쪽 마을을 바라보게 서 있습니다. 머리 위에 얹힌 붉은 돌 상투는 '푸카오'로, 긴 머리카락과 초자연적 힘 '마나'를 나타낸다고 전해집니다. 눈구멍은 처음부터 파지 않고, 석상을 다 세운 뒤 산호와 흑요석으로 만든 눈을 끼워 '살아 있는 얼굴(아링가 오라)'로 완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스터섬과 '부활절'이라는 이름의 유래
섬 이름부터 궁금해하는 분이 많습니다. 원주민이 부르는 이름은 '라파누이'입니다. 1722년 부활절에 유럽의 네덜란드 탐험대가 이 섬에 처음 도착했고, 그날이 부활절(Easter)이었던 데서 '이스터섬'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즉 '부활절섬'이라는 뜻은 섬의 역사나 종교와는 상관없이, 유럽인이 도착한 날짜에서 생긴 이름입니다.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나
모아이의 약 95%는 '라노 라라쿠'라는 화산의 채석장에서 조각되었습니다. 이곳 돌이 응회암, 즉 화산재가 굳은 비교적 무른 암석이라 깎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라파누이 사람들에게는 금속 도구가 없었고, '토키'라고 부르는 단단한 돌 끌만으로 바위를 조금씩 쪼아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작업은 채석장 바위면에 석상을 누운 채로 새기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등 쪽이 바위와 연결된 상태로 앞면과 옆면을 먼저 다듬고, 거의 완성되면 등을 떼어 내 세운 뒤 목적지로 옮겼습니다. 섬 곳곳에는 미처 떼어 내지 못했거나 옮기다 멈춘 석상이 지금도 남아 있어, 제작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 줍니다.

거대한 석상을 어떻게 옮겼을까
가장 큰 미스터리는 무게 수십 톤짜리 석상을 몇 ㎞ 떨어진 아후까지 어떻게 옮겼느냐는 것입니다. 통나무 위에 눕혀 굴렸다는 '굴림대 가설', 나무 썰매에 얹어 끌었다는 '썰매 가설' 등이 오래 제시되었습니다. 이 가설들은 석상을 눕혀 많은 나무를 쓴다는 점에서, 섬의 숲이 사라진 원인으로도 지목되곤 했습니다.
라파누이에는 '모아이가 스스로 걸어서 아후로 갔다'는 구전이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 '걷기 가설'입니다. 석상을 세운 채 밧줄로 좌우로 흔들면, 넓은 바닥을 축 삼아 지그재그로 '걷듯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설명입니다. 토르 헤위에르달이 1986년 9톤짜리로, 테리 헌트 연구진이 2012년 5톤 복제품으로 이 방식을 시연한 적이 있습니다.
2025년에는 걷기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빙엄턴대 칼 리포 교수와 애리조나대 테리 헌트 연구진은 학술지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183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모아이 962기를 분석하고 특히 옛 도로변의 62기에 주목했습니다. 이 석상들은 바닥이 D자 모양이고 몸통이 앞으로 살짝 기울어, 세운 채 흔들어 옮기기에 알맞은 형태라는 것입니다. 실제 실험에서는 4.35톤 복제 석상을 18명이 밧줄로 흔들어 약 100m를 40분 만에 이동시켰다고 보고했습니다. 라파누이의 옛 도로가 너비 약 4.5m에 가운데가 오목한 단면이었던 점도, 흔들리는 석상을 안정시키는 데 유리했다고 설명합니다. 이 연구는 2025년 10월에 보도되었습니다.

모아이는 외계의 작품이 아니라, 돌과 나무와 밧줄, 그리고 많은 사람의 손이 함께 이룬 라파누이 사람들의 기술입니다. 금속 없이 응회암을 깎고, 석상을 좌우로 흔들어 '걷게' 하는 방식은 2025년 실험과 분석으로도 뒷받침되었습니다.
다음에 다큐멘터리나 사진으로 모아이를 볼 때, 앞으로 살짝 기운 몸통과 넓은 D자형 바닥을 눈여겨보면 '걷는 석상'이라는 설명이 한결 실감 날 것입니다.
여기 담은 유래와 운반 방법은 고고학 조사와 최근 연구로 밝혀진 범위이며, 아직 가설로 남은 부분도 있으니 참고용으로 읽어 주세요.
참고 자료
- Moai statues – history, meaning, transport and latest research (EasterIsland.travel)
- New Research Confirms 'Walking' Moai Hypothesis (Sci.News)
- Scientists just proved the moai could walk, solving a 500-year mystery (Scienc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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